암벽화

등반기술 발전에서 장비 발전이 차지하는 몫은 아주 크다. 암벽등반 역사 중 새로운 장비의 개발은 바로 등반방식과 수준을 바꾸고 발전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암벽등반은 "발로 오르는 것이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좋은 암벽화(rock shoes)를 신어야 잘 오를 수 있다는 뜻은 아니지만, 암벽등반을 할 때 발은 그만큼 중요한 것이고 좋은 암벽화를 신으면 암벽등반을 더 쉽게 할 수 있도록 해 준다는 뜻에서 나온 말이다.

등반 초기의 신발은 특별히 암벽화 또는 등산화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일상생활에서 신는 신발을 바로 등반과 암벽등반에 썼기 때문이다. 우리 나라의 경우를 보아도 구두나 군용워커들을 암벽등반에 썼는데,요즘 쓰는 암벽화와 겨누어 볼 때 그 성능의 차이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형편없는 것이었다.

우리 나라에서 1970년대까지 썼던 클레타 슈즈(클라슈에kletter schuh:독)는 얇은 비브람 창과 부드러운 가죽을 대서 걷기와 바위 오를 때를 따로 나누지 않고 같이 썼고, 그런 대로 마찰력도 있었다. 인수봉과 선인봉에 있는 대부분의 바윗길들을 바로 이런 신발을 신고 길을 냈다는 것을 생각해 볼 때 선배들의 능력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요즘과 같은 모양의 암벽화를 생각해 낸 선구자는 피에르 알랭(Pierre Allain)과 이멜 보데나오(Emil Bordenau)인데 1930년대 파리근처 바윗길에서 처음 선을 보였다. 'EB슈즈'라고 부른 이 암벽등반 전용 신발은 고무 바닥창이 편평해서 바위와 닿는 면이 많고 마찰역이 뛰어난, 가죽과 캔버스 천으로 만들어 발에 잘 맞는 암벽화였다.이 EB 슈즈는 1980년대 초 대단한 인기를 얻었던 스페인의 보레알 사(社)에서 만든 피레(Fire)라는 암벽화가 나타나기 전 까지 전세계에서 널리 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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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 슈즈는 딱딱한 카본 고무 창이였으나 피레는 부드럽고 마찰력이 훨씬 뛰어난 부틸 고무창으로 만들었다. 부틸 고무창은 계속 나아져 지금은 피레보다 더 우수한 성능의 부틸 고무창을 쓰고 있다. 이 바닥창은 질기면서도 부더러워 발에 몸무게를 실어 디딜 때 고무가 바위의 작은 틈사이로 공기를 빼내며 파고 들어가 마찰력을 높여 준다. 이런 암벽화는 섬세한 감각을 느끼며 자유자재로 발 쓰기를 할 수 있기 때문에 등반능력을 높여 준다. 그래서 "신력(암벽화의 힘)오른다."는 말까지 생기게 되었다.

암벽화 고르기

암벽화는 용도에 따라 아주 작은 바위턱을 딛고 올라서는 가 딛기용과. 비탈 등반을 할 때 강한 마찰력을 얻기 위한 마찰 등반용,그리고 하늘벽이나 틈새를 오를 때 발 앞부분을 쓸 수 있는 틈새 등반용, 자유등반이나 경기등반에 알맞은 인공 암벽용으로 나눌 수 있다. 바닥창이 뻣뻣한 것은 마찰력은 떨어지지만 발 끝으로 서는 가 딛기를 하기가 좋고, 반대로 부드럽고 잘 늘어나는 신발은 강한 마찰력을 얻는 마찰 딛기나 문질러 딛기에 좋다.

암벽화는 대체로 바닥창 전체보다 발까락이 있는 앞 부분과 앞 부리를 주로 쓰는데 용도에 따라 등근 것과 각진 것,뾰쪽한 것이 있으며 바닥창 모양도 예전의 편평한 모양에사 차츰 휘어진 모양으로 바뀌고 있다. 이것은 바위를 행해 곧게 서는 몸짓을 자주 하는 민탈 등반에서 발 끝에 힘을 모으기 위하여 몸 구조에 맞춰서 설계한 것이다.

아무리 뛰어난 성능의 암벽화라 할지라도 용도에 맞는 것이 아니라면 제 기능을 드러내기 어렵다.암벽화는 다음의 여러 가지 특성들을 생각해서 용도에 맞게 고슬 수 있다. 물론 모든 기능을 다 가지고 있는 암벽화는 있을 수 없지만 등반 모양에 따라 필요한 특성을 잘 나타내는 신발을 고르거나, 모든 기능을 골고루 갖고 있고 여러 가지 용도로 쓸 수 있는 암벽화를 신는 것이 좋다.

●마찰 딛기에 좋은가.

●가 딛기에 좋은가.

●구멍 딛기에 좋은가.

●발끝 딛기에 좋은가.

●뒤꿈치 걸기에 좋은가.

●오래 신고 있어도 발이 편한가.

●튼튼하게 만들어 오랫동안 쓸 수 있는가.

암벽등반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은 보통 여러 가지 용도로 쓰는 암벽화를 신는 것이 좋고 우리 나라는 비탈이 많은 화강암이 대분분이어서 바닥창이 부드럽고 마찰력이 뛰어난 암벽화를 신는 것이 좋다.

암벽화를 신을 때 양말을 신지 않고 꼭 맞게 신으면 작은 바위턱에서 정확한 발 쓰기를 할 수 있지만, 발까락이 꺽여서 고통스러울 정도로 작게 신는 것은 좋지 않다.양말을 신으면 이따금 발바닥이 암벽화 안에서 미끄러운 느낌을 받을 수 있어 어려운 바윗길을 오를 때는 양말을 신지 않는 것이 좋다. 그러나 암벽등반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이라면 기본기술을 충분히 배울 때까지 편안한 암벽화를 신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처음 암벽화를 살 때 얇은 면양말을 신은 채로 발에 꼭 맞는 것을 고르는 것이 좋고, 또 가죽으로 된 암벽화는 신다 보면 조금 늘어나니까 처음 살 때 조금 작은 것을 고르는 것이 좋다.

흙,먼지,기름,나무의 수액 같은 것은 암벽화의 기능을 떨어뜨려 항상 깨끗하게 관리해야 하고, 될 수 있으면 등반할 때를 빼고는 신고 다니지 말아야 한다. 대개 암벽화 창은 고무가 아닌 석유화확 물질인 T.D.R(Thermo Dynamic Rubber)이지만  시간이 흐르면 고무처럼 약해지고 딱딱해져 암벽화의 기능이 떨어진다. 암벽화를 뜨거운 곳에 보관하면 신발 천과 창 사이의 접착제가 늘어나고 약해져서 떨어질 수 있다.

글 :암벽 등반의 세계


Posted by 古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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